미국은 두 개의 수도를 가진 나라이다. 워싱턴이 정치의 수도라면 뉴욕은 경제의 수도이다. 비록 명목상이긴 하지만 미국은 이 둘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것을 오랜 전통이자 자랑으로 여겨왔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회전문 인사" (Revolving Door Politics) 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워싱턴과 뉴욕은 이해 관계에 따른 유착이 빈번했다. 중요한 것은 실지로 이면의 뒷거래가 어떠했던 간에 명목상으로 서로 간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불문율이 부동산 문제 때문에 깨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부동산-투자은행으로 이어진 금융위기가 저축은행-실물경제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국의 오랜 자유주의적 전통에 비추어 본다면, 사실상 국치에 가까운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를 구제하기 위해 워싱턴의 돈 (세금) 이 뉴욕으로 흘러들었다는 점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뉴욕의 생사여탈을 워싱턴이 쥐게 되었다는 점 또한 미국인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인 건 분명해 보인다.

스티브 로가 쓴 "과감한 정부 개입, 그 역사적 전례" (Intervention Is Bold, but Has a Basis in History)  라는 글이 어제 뉴욕타임즈 비즈니스 섹션에서 가장 널리 이메일 전송된 글이 되었다. 경제적 방임주의, 보다 정확히 자본 방임주의를 필요에 따라 내세우기는 하지만, 위기가 닥칠때면, 미국도 국가의 이익을 선두에 내세우는 20세기 패러다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형편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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